암담한 가운데 그래도 절벽을 올라가야하는 꿈의 절박한 상황입니다.
절벽 위로 아득히 먼 푸른 하늘은 긴 은하수 같다고 꿈 속에서 느낍니다.
꿈 속의 생각은 내 평소의 생각과 똑 같습니다.
홍수를 만난 연어는 여전히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을까?
오늘 홍수에 시달린 바다는 어제처럼 깨끗하구나 !
부어도 부어도 내리 쏟는 저 검은 비구름 위로 햇님은 태연히 빛날 것이고!
그리하여 절벽에 매달려서도 푸른 하늘 은하수는 여전히 존재했던 것입니다.
그때입니다.
그 긴 계곡만큼 열린 푸른 허공 사이에서 손 하나가 내려 옵니다.
나는 그 손을 잡습니다.
그 손을 잡자마자 나는 어느새 절벽 위 푸른 평원에 서 있습니다.
그리고 평원 끝에 신기루처럼 깔려있는 하얀 바다를 바라봅니다.
잠시 전 절벽에서의 고군부투는 달콤한 기억에 불과합니다.
그리고 손의 임자를 찾기 위해 사방을 둘러 보지만 아무도 없습니다.
나 혼자입니다.
그럼 그 손은 어디서 온 거야? 하는 의정 속에서 나는 잠에서 깨어납니다.
(이튿날이다. 나는 빚 독촉을 받았다. 집 짓고난 뒤의 무리수로 이천만 원 빚이 생겨난 것이다. 상가임대가 긴 불경기로 원만하지 못했던 것이다. 나는 내 신용으로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대출창구에 앉아 있었다. 그때 자동문 사이로 아는 얼굴이 나타났다)
왜 거기 앉아 있소?
돈이 필요해서.
얼마나?
이천만 원.
잘 됐네, 내 적금 만기 찾으러 왔는데 그것 쓰시오!
그래도 되나?
쓰는 사람이 임자지요.
(그는 농담반 진담반 내 부담을 줄여 주며, 그 자리에서 돈을 찾아 나에게 건넸다. 허공에서 내려온 손, 그 손의 임자였다. 어떤 반대급부없이 내가 너에게 베푼다는 어떤 아상도 타산도 없었으므로 얼굴도 몸도 보이지 않았던 꿈 속의 손이 내 현실의 은인으로 정확히 적중실현되었다)
류선생, 정말 고마워요. 2년에 걸쳐 모은 돈, 찾자말자 사라졌군요. 이렇게 고맙다는 말은 거듭했지만 그 은혜 잊지 않을께요라는 말은 입술을 넘지 않았다. 살아가며 음으로 양으로 행동으로 보여줄 일이어서!
